99881234

99881234

“99881234” “99881234” 나도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요즘 ‘트롯’에 흠뻑 빠져 들었다. 물론 나이가 든 사람만 ‘트롯’을 좋아한다는 것도 편견에 불과하다. 임영웅의 팬덤은 나이를 떠나 전 세대에 걸쳐 형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난 요즘 트롯이 너무 좋다. 트롯이 주는 감성은 실로 대단하다.

최근 미스 트롯 시즌 3을 시청하며,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노래 하나, 하나가 내 심금을 울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중에서 나영이 부른 99881234는 정말로 압권이었다. 너무나 신나는 박자와 가사에 나도 어깨가 들썩이고, 함박웃음이 터져 나왔다.

99881234는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하루, 이틀, 삼일(123)만 아프다가 죽자(4)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이 든 어르신들이 막걸리를 들이키며 하는 건배사(?)를 모티브로 삼아 만든 곡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99세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면서 죽기 직전 며칠만 아프다 가고 싶다는 염원이 담긴 말이다.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나영의 구구팔팔일이삼사를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99881234 노래 가사가 말하는 것

99881234의 짧고 간결하게 반복되는 어구는 나의 뇌리에 확실하게 박혀 버렸다.

그리고 이 노래 가사 중에

“세월아 잡지 말아라

날 두고 너 먼저 가거라

마음껏 사랑하다가

마음껏 행복하다가

원 없이 놀다 가련다 

친구여 잔을 높이높이 들어라 “는 확실히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가사 말하는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어르신들이 바라는 희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가사는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말하고 있다. 확실히 의학이 발달하며 인간의 평균 수명은 늘어가고 있다. 이제는 국민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단지 오래 사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100세를 사는데 하루, 하루가 지옥이라면 그것만큼 저주받은 인생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의학이 발달하고, 과학과 기술, 경제가 성장을 하였는데도, 오히려 현대인들은 더 많이 불행을 느낀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자살률’의 증가이다.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 자살률 1위 국가이다.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며 산고 있다는 뜻이다.

솔직하게 묻고 싶다. “행복하십니까?”

아마도 투덜대며 말하실지 모르겠다.

“아, 정말 행복하지 않습니다! 소망이 없어요! “

“정말이지 손님이 없어 죽을 맛입니다”

“그놈의 돈이 뭔지, 쪼들려 죽을 것 같아요”

“취직이 안 돼 미칠 것 같아요”

“간암 1기라고 하네요. 왜 하필 접니까?”

브런치 작가들이라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라이킷이 5개밖에 없어요”

“아무리 글을 써도 구독자가 없네요, 참 별로 낙이 없네요”

한국인들은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무슨 일만 생기면 ‘죽고 싶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나온다. 그만큼 삶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 모른다. 무한 경쟁 시대에 살고 있기에, 매일이 생존경쟁의 암벽 타기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Adding years to life’ 하루라도 더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산다.

그러나 대부분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유는 하루, 하루 사는 것이 힘들고 버겁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Life to years’가 없기 때문이다. 살아갈 의미도, 살아갈 이유도, 재미도, 행복도 없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제 국민 100세 시대를 앞둔 시점, 우리가 고민해야 하고, 노력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 life to years’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인지 모른다.

99881234

그렇다면 어떻게 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돈이 많으면 삶의 질이 높아질까? 그럴 수도 있다. 확실히 내 수입이 느니까 여유가 더 생겼다. 운동을 많이 하면 삶의 질이 높아질까? 그럴 수 있다. 몸이 골골대면 그것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그런데 99881234에 그 답이 있다.

 

먼저 마음껏 사랑하자. 

연애하자는 말이 아니다. 불륜을 저지르자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후회 없는 사랑을 하자. 결혼을 했다면 절대로 후회 없는 사랑을 하자. 바쁘다는 핑계로, 중요한 일이 있다는 이유로 당장 나의 배우자, 남편, 아내와 함께할 소소한,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자. 여행도 가고, 함께 온 가족이 볼링을 치러 가고, 그럴 돈도 없다면 밥 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밥 한 끼라도 제대로 먹자.

늘 죽을 때 사람들은 후회한다. 내 가족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낼걸…

살다 보니, 어느덧 자녀들이 훌쩍 컸다는 말을 종종 부모들이 한다. 당장에 먹고살기 바빠서, 아이들이 커가는데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한 때 나는 막내딸과 시간을 보낼 때마다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시간도 없는데 아이와 놀아주다니… 하지만 지금은 딸아이가 보드게임을 하자고 하면 그냥 한다. 길어봐야 30분이다.

시간을 빼서 아이와 수영장에 간다 2-3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지금 암 투병 중에 계신 아버지를 둔 아내가 말했다.

“후회는 없어… 우리와 계셨을 때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서….”

“오늘을 삶의 하루로 만들어라, 어제의 후회로 만들지 말라.”
“Make today a day of life, not a day of regrets from yesterday.”
– 레스 브라운 (Les Brown) –

 

마음껏 행복하자

하루, 하루를 행복하자 살자. “돈워리 비 해피”. 돈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일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스트레스받을 일이 참 많다. 그러다 보면 하루를 하루하루가 늘 불쾌하고 불편하고, 불행하다.

뉴질랜드에 와서 현지 병원에서 일하면서 느낀 게 많다. 함께 일하는 사회복지사나 의사, 간호사들을 보면 정말 전문가들답다. 일과 삶을 철저하게 분리한다. 일은 일, 삶은 삶이다. 일 때문에 내 삶이 불행하면 프로가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일에 목숨을 건다.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 나도 한 때 그랬다. 일에서 성공하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두고, 큰 결과를 만들어도 결국 다 사라질 뿐이다.

성경에 그런 말이 있다. “헛되고 헛되고 모든 것이 다 헛되다”.

이 구절은 마치 모든 것이 다 쓸데없는 일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원문에서 말하는 뜻은 “사라진다, 사라진다, 모든 것이 사라진다”이다. 즉,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사라지기 때문에, 바람을 잡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니 영원하지 않은 것 때문에 오늘을 불행하게 살지 말고, 오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마음껏 누리자.

 

원 없이 놀다 가자

이건 나에게 하는 말이다. 나는 참 놀지 못하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시간이 남아도 놀아본 적이 없어 제대로 놀지도 못했다. 꼭 돈이 드는 놀이를 하자는 말이 아니다. 나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놀면 된다.

어제 일하고 있는데 아내로부터 카톡이 왔다. 오늘 일 할 수 있냐고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지금 가정 경제상 한 푼이라도 아쉬운 때이다. 아내가 일을 안 하면, 당장에 늘어난 집세 때문에 마이너스가 된다. 하지만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 마음대로 해. 그런데 차라리 그냥 아이들과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  옥신각신 대화가 오갔다.

결국 우리는 내일 온 가족이 볼링을 치러 가기로 했다. 더구나 타임존(오락실)에서도 같이 온 가족이 놀기로 했다. 돈도 중요하지만, 의미 있는 삶, 후회 없는 삶도 중요하기에 돈 보다 ‘삶’을 선택했다. “Adding life to years”를 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매 번 이렇게 살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후회 없는 삶을 위해 하고 싶고, 가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원 없이 누리는 날도 갖자.

나는 소중하니까.

 

암이 가져단 축복

나의 아버지는 내가 20대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60세가 되지도 않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다. 폐암 말기로 6개월 진단을 받으셨다. 암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어도 너무 늦었다. 아버지는 그때 결정을  해야 했다. 항암과 수술을 받을 것이가, 아니면 그냥 살 것인가… 사실 그리 가정 경제가 넉넉지 않았기에, 그 당시에 우리가 족은  엄청난 수술비를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치료를 거부하셨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암은 저주라기보다는 축복이었다 (물론 내 관점에서 말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리 사이가 좋은 부부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늘 가정을 등한시했고, 따라서 수없이 부부 싸움을 했다. 부부 싸움이라기보다는 가정 폭력에 더 가깝다. 솔직히 도대체 왜 어머니가 이런 아버지와 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6개월 시한부 판정

그때부터 아버지가 달라졌다. 골초였던 아버지는 바로 담배를 끊으셨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놀러 다니셨다.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으셨다. 평생을 원수처럼 지내셨던 분들이 마치 신혼부부처럼 붙어 다니셨다. 행복, 암이 가져다준 최고의 기쁨을 어머니는 처음으로 아버지와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2년을 더 사셨고, 내 나이 23살에 세상을 등지고 떠나셨다.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행복하고,

원 없이 놀다가 가셨다. 

암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었다.

 

끝맺으며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 모두가

99881234. 99세까지 88 하게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행복하고,

원 없이 놀다가

하루, 이틀, 삼일만 아프다가 죽는

그런 삶의 질을 누렸으면 좋겠다.

더 읽기: 어제도 또 한 명의 환자를 하늘 나라로 떠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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